সসতাচল্লিশ অধ্যায়: শেষ পর্যন্ত আমি একজন ভদ্রলোক
국师府의 사계절은 언제나 뚜렷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각자의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졌다.
봄에는 작약과 개나리가 피어나고, 여름에는 연못에 연꽃과 말리꽃이 만발했으며,
가을에는 해당화와 부용화가, 겨울에는 설중매와 수선화가 피어났다.
이 꽃들은 하인들의 정성 어린 보살핌과 간헐적인 영력의 가속 덕분에 언제나 바깥 세상의 것보다 훨씬 싱그럽고 찬란하게 피어났다.
무의식중에 림일범은 또다시 세 번의 계절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덟 살의 세자는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았지만, 은은하게 훈훈한 소년의 테가 나기 시작했다.
자란다는 것이 언제나 좋은 일만은 아니어서, 성장하면서 겪는 번뇌들도 있기 마련이었다.
예를 들면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 같은 일 말이다.
마침 화창한 봄날씨였지만, 창하서원의 계몽당에 앉아 글을 가르치는 선생이 강단 앞에서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비록 이 가르치는 선생의 배경이 작지 않아 예부 산하의 사부상서였고, 이곳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은 순전히 흥미에서 비롯된 일이었으며 조정에서도 상당한 권력을 지닌 인물이긴 했다.
듣기로 이 공 선생이라는 이는 심지어 황자와 황녀를 가르친 적도 있고, 조정에 제자와 문객도 적지 않다 하마는,
정작 그가 입을 열기만 하면 림일범은 하품을 참지 못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학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저 '지호자야'로 대표되는 이 복잡하고 빙빙 돌려 하는 말들이 현대 사회의 의무 교육만큼의 실속이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글자 놀음은 고루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으며, 차라리 현대의 고문 수업이 여기의 스승이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전생의 국어 시간에 배웠던 천고의 명작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입에 착착 감기는 것이 이곳의 것들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시를 베껴 쓰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터였다. 여덟 살 먹은 어린아이의 입에서 '끝없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 도도한 장강은 도도히 흘러내리네.' 같은 구절이 튀어나온다면, 누군가 당장 달려와 그의 영혼이 빼앗겼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자신의 몸속에 또 다른 영혼이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지만, 현대 생활의 과거 기억을 가지게 되었을 때 이미 한 살이었다. 대개는 환생한 것이리라.
사람들에게 자기가 마신 맹파탕에 물이 너무 많이 타져서 전생의 일들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해봐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일곱, 여덟 살짜리 아이가 쓴 천고의 명구가 있다면 좋으려만. 그러면 자신도 다른 차원 이동 선배들을 따라 시 몇 수를 베껴 읊으며 전장을 경악게 하는 재주꾼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러고는 곧바로 그 교서 선생의 뺨을 거침없이 후려치며 말하는 것이다.
'내가 바로 대건 제일의 천재다, 네가 나를 가르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결국 학당에서 코흘리개 아이들과 함께 이 소위 대학자가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검을 수련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허호 형도 이제 곧 국경 수비대로 가서 그의 사품인 세째 형과 비무를 벌이고 군권을 되찾아올 때가 되지 않았었나.
림일범은 백장운에게 이런 말을 적지 않게 했었다. 자신은 진 영감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들으며 이미 책에 적힌 글자들을 전부 익혔다고 말이다.
하지만 백장운은 도리어 그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재능이 뛰어날수록 더욱 나태해져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평범한 무리로 섞여 들어가 결국 재능을 낭비하게 될 뿐이다.'
림일범은 맨 뒷자리 창가 쪽의 작은 책상에 앉아 창하서원 안의 연못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그 위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며 연잎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오리 한 마리가 물결을 가르며 수면 위에 유유히 떠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저 오리는 생김새가 참으로 기묘했다. 온몸이 눈처럼 하얗고 부리에 볼록한 혹이 돋아 있으며, 목도 상당치 않게 길었다.
서원의 오리답게 보통 오리보다 훨씬 학식이 높아 보이는 것이, 생긴 것부터가 거위 같았다.
작은 세자가 너무 진지하게 구경하느라, 글을 가르치던 공 선생이 회초리를 들고 이미 그의 등 뒤까지 다가온 것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공 선생에게 있어 이 건방진 꼬마가 국신이나 정왕과 무슨 관계가 있든 간에, 학당 안에서 스승을 공경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면 황자의 신분이라도 때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으흠, 으흠……." 공 선생이 목을 가다듬자 주변의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선생을 바라보았다.
몇몇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소곤소곤 귓속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저 애는 이제 뼈도 못 추리겠네. 공 선생이 단단히 화가 나셨어. 회초리를 맞겠는걸."
"회초리 안 맞아본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첫날부터 회초리를 맞다니 저 아이도 참 독보적이네."
그중에서도 귀엽고 깜찍한 어린 소녀가 한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킬킬거리며 웃었다.
"예절도 모르는 저런 애는 우리 아빠한테 매를 맞아도 싼 법이지."
……
하지만 공 선생이 림일범의 등 뒤에서 몇 번이나 헛기침을 해댔음에도, 이 아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창밖의 연못만 바라보고 있었다.
공 선생은 아까 신겐 가문의 계집애가 그를 학당에 데려다주며 자신의 사제는 똑똑하고 예의 바르다고 자랑하던 말이 떠올랐다.
역시 매로 다스리지 않으면 사람이 안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똑똑하다면서 어찌 자신이 가르치는 성현의 도리에 조금의 흥미조차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이것 역시 구제불능의 둔재로구나!
공 선생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매 끝으로 회초리를 슥슥 닦고는 본격적으로 손을 볼 준비를 했다. 오늘 이 아이의 손바닥에서 피가 나게 만들지 못한다면 자신은 이 서원의 선생 자격도 없었다.
림일범은 여전히 연못 속의 그 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볼수록 이상한 것이, 설마 거위가 아니었을까?
정말 좋구나, 거위야.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턱을 괴고는 입을 벌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거위, 거위…… 거위……." 마치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무언가가 저절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공 선생은 이미 회초리를 말끔히 닦고 내리칠 자리를 물색하던 참이었다. 그때 눈앞의 아이가 무슨 말인가를 뱉으려는 듯한 기색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세자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부릅뜨더니 다음 구절을 읊어 내려갔다.
"굽은 목을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노래하네."
공 선생이 휘두르려던 회초리가 멈췄다. 훌륭한 구절이로다. 저 아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보니, 이것은 틀림없는 영고시(詠鵝詩)였다.
림일범은 계속해서 읊조렸다. 이 몇 줄의 시는 그가 맹파탕을 아무리 많이 마셨다 한들 또렷이 기억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을뿐더러, 낙빈왕이 일곱 살 때 지은 시가 아닌가.
일곱 살의 나이에 손쉽게 천고의 명구를 지어내다니, 낙빈왕 그 역시 맹파탕을 제대로 다 마시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그 뒤의 두 구절은 이러했다.
"흰 깃털은 푸른 물결에 떠 있고, 붉은 물갈퀴는 맑은 물결을 헤치네."
공 선생은 회초리를 내려놓았다. 자신은 생전 이런 구절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과연 어린아이의 손에서 나온 듯 천진난만함이 가득했다.
그 나이에 걸맞은 글을 지어야 하는 법이거늘, 나이가 더 든 유생들이라 할지라도 절대 이런 오언시를 지어내지는 못할 터였다.
제법 흥미롭구나.
이토록 손쉽게 튀어나온 몇 줄의 시에는 소리와 색채가 담겨 있고, 움직임과 고요함이 공존하며, 형체와 정신이 모두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고결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었다.
늙은이가 비로소 이 아이를 가볍게 여겼구나.
공 선생은 회초리를 거두어들였다. 아까까지 쌤통이라며 고소해하던 주변의 아이들은 선생의 매서운 눈빛에 일제히 제자리에 쏙 들어가 앉았다.
그는 다시 수업 중에 딴청을 피우던 작은 세자를 바라보았다. 과연 신겐 가문의 계집애가 한 말이 틀림없었다. 정말로 영민하고 똑똑했다.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제법 귀엽기까지 했다.
아까는 어떻게 봐도 둔해 보이더니, 지금 보니 어떻게 보나 마음에 쏙 들었다. 목소리마저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
"세자, 세자."
림일범은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급히 포권했다.
"공 선생, 학생이 잠시 딴생각을 하였습니다. 송구합니다."
음! 이 얼마나 예의 바른가!
"세자가 방금 읊은 '굽은 목을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노래하네'라는 구절은, 혹 세자 직접 지은 것인가?"
어라, 내가 입밖으로 소리 내어 읊어버렸나?
림일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짓 따위, 자신도 가끔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즐기곤 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실제로 행하려니 왠지 떳떳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문인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남의 시를 베껴서는 안 되는 법이고,
스스로를 진정한 문인으로 여긴다면 꼿꼿한 기개가 있어야 하거늘 하물며 남의 시를 베껴서야 되겠는가.
결국 나는 정인군자가 아니던가.
"그렇습니다, 공 선생. 하지만 학생도 우연히 좋은 구절을 얻었을 뿐입니다."
한참 허영심을 충족시키고 있을 때, 림일범의 눈에 문밖의 익숙한 소녀의 실루엣이 들어왔다.
삼 년이라는 시간은 소녀를 꽃망울에서 완연히 무르익은 아가씨로 탈바꿈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전에는 살짝 봉긋해지기만 했던 가슴은 이제 검을 휘두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붕대로 단단히 조여 매야 할 정도였다.
키도 오척에서 육척으로 훌쩍 자라났고 허리선도 훨씬 높아졌다.
만약 이 열일곱 살의 어여쁜 소녀를 삼 년 동안 보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마주치게 된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이렇게 외칠 터였다.
'신겐 가문의 계집애가, 불과 삼 년 만에 이토록 훈훈하게 자라났단 말인가.'
소녀의 목소리는 마치 여름날 처마 끝에 달린 풍경 소리와도 같았다.
"공 선생,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았나요? 제 사제를 데리러 왔습니다."